새해가 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곳곳의 유명한 장소에
몰려듭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해를 보고 감탄하고 새해의 포부를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도 감탄하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 떠오르는 일상의 태양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태양은 떠오느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청년시절 한국에서 병원에 다니면서 아픈 분들에게 찬양을 통하여 위로와 힘과
용기를 주던 사역을 했었습니다. 소금이란 뜻을 갖고 있는 할라스라는 중창팀에서 매주 한번씩 한양대학병원
각층 병동 복도에서 찬양을 드렸습니다. 찬양 소리가 각 병실에 들려지면 환자분들
가운데 저희를 부르는 병실에 찾아가서 그분과 함께 찬양을 드립니다. 신앙이 있는 분들이 저희를 부르시기도
하고 신앙이 없는 분들이 부르시기도 합니다. 다양한 배경을 갖고 계신 환자분들을
만나고 각자의 스토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한분은 위장을 수술하고 회복을 기다리는 분이었습니다. 통증 가운데 침대에 누워
있는 분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찬양을 드렸습니다. 찬양이 다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그분이 지금 제일 원하는 소원이 있는데 총각김치를 너무 먹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소원 가운데
총각김치를 먹는 것이 소원이 된다는 것이 너무나 소원같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많고 많은 소원 가운데
총각김치를 내 입으로 먹고 맛을 느끼고 내 위장이 소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그분의 소원이었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식사가 그분에게는 가장 바라는 소원으로 다가왔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소원은 정말 예수님께서 행하신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크고 위대한 사건들을 경험하고 싶은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기에
나도 베드로처럼 물 위를 걷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소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기적은
내가 지금 물 위를 걷지 못해도 땅 위를 내 힘으로 내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일상의 삶입니다. 내 입으로 총각김치도
먹고 고기도 먹는다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축복으로 누리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아담은 눈을 뜨면서부터 하나님을 만나고 알고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일상의 삶 보다 더 멋있어 보이고 자신이 하나님과 같이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을 시도하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일상의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일들속에 감추어
놓으신 하나님의 축복을 발견하고 누리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의 삶을 누리고 있으신지요? 우리의 일상의 삶을 긍정하고
기뻐하는 불빛이 꺼져버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불빛이 꺼지지만, 다른 사람의 불씨로 다시
밝혀진다. 우리 안에 불을 붙여준 사람들에게 깊이 감사할 이유가 있다.”는 슈바이처의 고백을
생각해 봅니다. 내가 누리는 일상의 삶에 감사하며 감탄하는 삶을 살 때 오늘 일상의 감사의 불빛이 꺼져버린 사람에게 다시 불을
붙여주는 축복의 사람이 되십시오.